2025년 5월 5일인 오늘은 제103회 `어린이날`과 불기 2569년`부처님 오신날` 입니다.
지난 주 근로자의 날(5월1일)부터 대체 공휴일인 내일(5월6일)까지 황금 연휴를 즐기고 계신분들이 많으거라 생각 됩니다.
저도 어제 양평에 볼일이 있어 다녀왔는데 평소에 한시간 남짓 거리를 가는데 2시간 반, 오는데 1시간 40분 걸려서 다녀왔습니다. 나들이 차량이 많아서 그런지 정체 구간도 길고, 차들도 엄청 많더라구요....
내가 선택한 오늘의 키워드는 `라면`입니다.
휴일 낮 늦잠자고 일어나 간단히 먹기 딱 좋은 아점 메뉴인데요, 사실 라면은 정말 시도때도 없이 먹는 것 같아요. 출출해서도 먹고, 야식으로도 먹고, 속풀이 해장용으로도 먹고....이렇듯 먹는 이유도 가지각색(사실 아무 이유 없이도 먹음ㅋㅋㅋ)이고, 라면의 종류나 레시피, 먹는 방법까지도 기호에 따라 다양해 어느 것이 제일 맛있다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세계라면협외에 따르면 2023년까지 우리나라는 1인당 라면 소비량 1위였는데 지난해, 베트남이 1인당 연간 라면을 87개 소비하며 한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1위는 내줬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2위의 라면 소비 강국인데요, 라면을 주력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회사의 주가가 이른바 `황제주`라고 하는 주당 100만 원을 넘보고 있다고 하니 그 기세가 정말 대단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마이콜도 좋아하는 후루룩 짭짭~ 후후룩 짭짭~ 맛좋은 `라면` 입니다.
1. 라면의 탄생
지금이야 라면이 너무나 흔하고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우리나라에 라면이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좀 다른 배경이 있었습니다. 때는 1960년대 초반, 한국 전쟁 이후 사람들이 극심한 식량난에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려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힘들었을시기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군 부대에서 나온 짬밥 찌꺼기를 끓여 먹는 `꿀꿀이죽(일명 유엔탕)`을 단돈 5원에 사 먹으려고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간편하고 저렴하게 배고픔을 달랠 수 있는 식품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했다고 합니다.
당시 동방생명(현 삼성생명) 부사장을 지내고, 제일생명 사장을 하던 전중윤(삼양식품 창립자)은 " 동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밥 한 끼인데, 미래를 준비하는 보험이 무슨 소용인가. 값싸고 배부를 수 있는 음식을 만들자" 하여 서울 하월곡동에서 창업에 나섭니다.
난관의 연속이었던 창업초기 일본 출장길에 맛본 라면을 떠올린 전중윤은 일본에 가서 기계와 제조기술을 사오고자 사재를 털어 자금은 마련했는데 달러를 구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이에, 당대 최고 실세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을 찾아 " 혁명을 왜
했는가. 국민을 잘살게 하자는 것 아닌가" 라고 읍소, 설득하여 5만 달러를 확보, 1963년 4월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일본에 도착한 후 여러 기업을 찾아 다니며 퇴짜를 맞은끝에 묘조식품을 찾은 그에게 사장 오쿠이 기요스미는 "왜 라면 사업을 하려는가" 라고 물었고, "꿀꿀이죽 먹는 동포들이 더 이상 배곯지 않게 하고 싶다"라고 답 하였습니다.
오쿠이는 아무런 대꾸 없이 다음 날 다시 오라고 하였고, 다음날 다시 찾은 전중윤 앞에는 두 사람이 더 있었는데, 제면기 업체의 우에다 사장과 튀김 가마 제조 업체의 오쿠타니 사장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오쿠이가 말하길 " 일본은 6.25전쟁으로 일어섰습니다. 묘조식품이 그 혜택을 입은 건 아니지만 갚겠습니다. 내일부터 두 사람에게서 기술을 배우세요.선생을 전면적으로 돕겠습니다."
그렇게 전중윤은 기술료와 로열티 없이(기계 값만 실비 지급) 약 열흘동안 묘조식품 으로부터 제조기술을 전수받아 처음으로 삼량라면을 만들어 팔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이 맺은 11개 항의 계약서 중 2항은 `갑(묘조)은 을(삼양식품)에게 제조 기술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을은 갑의 기술전수에 따른다. 위생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다.` 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이렇게 출시된 삼양라면의 가격은 10원 이었습니다. 당시 커피 35원, 담배 25원인 시절, 오쿠이 사장이 `너무 싸다`고 할 정도였는데
이에 전종윤은 `막도동 일달이 100원인데, 그나마도 매일 일거리가 없는 상황애서 이 가격은 지켜야 한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출시된 라면은 처음에는 판매가 부진했지만, 점차 서민들의 음식으로 인정받으며 환영받게 되었고(당시 정부의 혼분식 장려정책도 라면이 널리 보급되는 데 기여) 1969년 한 해 동안 1,500만 봉지가 팔려나가기 시작하면서 이후 다양한 제품이 나오기 시작하였으며 특히 1982년 11월 17일 육개장사발면이 출시 되면서 용기에 직접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컵라면이 인기를 끌기 시작 하였습니다.
현재 100여 나라에 수출되면서 음식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한국 라면은 단순한 인스턴트 식품을 넘어 우리나라 식문화를 대표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세계라면협회(WINA)에서 `지구음식(Earth food)`이라고 선언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2. 라면의 성장기와 대중화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농심, 오뚜기 등 새로운 가면 제조회사들이 등장하면서 라면 시장은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듭니다. 각 회사들은 차별화된 맛(닭고기, 해물, 된장 등)과 마케팅 전략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라면을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농심
1971년 출시된 `새우깡`을 시작으로 스낵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둔 농심은 1978년 얼큰한 소고기 맛의 `농심라면`을 출시하며 라면 시장의 강자로 떠올라습니다. 이후 `안성탕면`, `신라면` 등 국민적인 인기를 누리는 스테디셀러 제품들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라면 시장을 선도해 왔습니다. 특히,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은 매운맛 라면의 대명사로 자리 잡으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 오뚜기
1969년 설립된 우뚜기는 `오뚜기 라면`을 시작으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1988년 출시된 `참개라면`은 독특한 참개 향과 쫄깃한 면발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진라면`은 순한맛과 매운맛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되어 폭넓은 소비자층을 확보했습니다. 오뚜기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들을 꾸준히 출시하며 서민들의 식탁에 부담 없이 다가갔습니다.
* 팔도
1980년대 초 당시 한국야쿠르트는 유산균 음료 회사였지만 인스턴트 라면에서 새로운 사업 영역 가능성을 확인, 1982년 일본 이찌방 식품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하고 경기도 이천에 라면 공장을 지으면서 라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음.
특히,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1984년 출시된 팔도 비빔면과 뚜껑 라면의 혁신! 왕뚜겅의 등장으로 스테디셀러를 넘어선 전설적인 제품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음
1990년대 이후 한국 라면 시장은 질적인 성장을 이루게 됩니다. 소득 수준 향상과 함께 소비자들의 입맛이 고급화되면서 프리미엄 라면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농심의 '신라면 블랙', 팔도의 '꼬꼬면', 오뚜기의 '기스면' 등 고급 재료를 사용하거나 독특한 조리법을 강조한 프리미엄 라면들이 출시되어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또한, 퓨전 라면의 등장은 라면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짜장라면과 짬뽕라면을 결합한 '짜파게티', 비빔면과 라면을 섞은 '불닭볶음면' 등 기존 라면의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들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특히 2012년에 출시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극강의 매운맛으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매운맛 라면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3. 오늘날의 라면: 끊임없는 진화와 혁신
오늘날 한국 라면 시장은 끊임없는 진화와 혁신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봉지 라면과 컵라면은 물론, 용기면, 볶음면, 국물 없는 라면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 컨셉의 라면들도 등장하기 시작해 나트륨 함량을 줄이거나, 통곡물, 채소를 첨가한 라면 등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습니다. 또한, 맛과 영양뿐만 아니라 편의성을 높인 제품들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는데 전자레인지 조리 전용 라면, 끓는 물 없이 조리 가능한 라면 등이 대표 적인 예로, ESG 경영 트렌드에 발맞춰 친환경적인 포장재를 사용하거나, 사회적 기업과 협력하여 생산한 라면 등 지속 가능한 가치를 추구하는 제품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해외 시장에서의 한국 라면의 위상도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신라면, 불닭볶음면 등 일부 제품은 이미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으며, 유명 셰프나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맛과 경험을 제공하는 콜라보레이션 제품들도 활발하게 출시되면서 다양한 한국 라면들이 세계 각국에서 판매되며 한국 음식 문화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3-1. 알고보면 종류가 정말 다양한 우리나라 라면
① 얼큰한 국물 라면: 소고기나 해산물 베이스에 고춧가루와 다양한 향신료를 넣어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특징
* 신라면: 명실상부 국민 라면! 얼큰한 소고기 국물 맛으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라면 중 하나!
* 진라면: 순한 맛운 맛 두 가지로 나와서 취향대로 즐길 수 있지.
* 안성탕면: 구수한 된장 베이스 국물에 소고기 맛이 더해진 라면
* 삼양라면: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 예전보다 맛이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어.
* 너구리: 다시마가 들어있어 시원한 해물 국물 맛이 특징. 통통한 면발도 빼놓을 수 없지.
* 오징어짬뽕: 얼큰한 짬뽕 국물 맛을 재현한 라면
② 국물 없는 라면: 비빔면이나 짜장라면처럼 국물이 자작하거나 없는 형태의 라면
* 짜파게티: 짜장면 맛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짜장라면. '짜파구리'처럼 다른 라면과 섞어 먹기도 함
* 짜왕: 굵은 면발에 진한 짜장 소스가 특징인 짜장라면
* 팔도비빔면: 새콤달콤한 비빔 소스로 특히 여름에 인기가 많아. 차갑게 비벼 먹는 게 특징이지.
* 불닭볶음면: 엄청나게 매운맛으로 유명한 볶음면이야. 다양한 변형(치즈 불닭, 까르보 불닭 등)이 나와서 인기를 이어가고 있지.
③ 색다른 맛 라면: 기존의 라면과는 다른 독특한 맛이나 컨셉을 가진 라면
* 꼬꼬면/나가사끼 짬뽕: 하얀 닭 육수나 해물 육수를 사용해서 맑고 시원한 국물 맛을 내는 라면
* 멸치칼국수/바지락 칼국수: 칼국수처럼 넓적한 면에 멸치나 바지락 등으로 국물을 내어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특징
* 둥지냉면: 시원한 냉면 맛을 라면으로 즐길 수 있게 만든 제품
* 우육탕면/맛짬뽕: 중국 요리인 우육탕이나 짬뽕의 맛을 재현한 라면
* 보글보글 부대찌개: 부대찌개 맛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 라면
이외에도 건면이나 쌀국수면을 사용한 라면, 특정 지역의 이름을 딴 라면, 유명 맛집과 협업한 라면 등등 종류가 무궁무진하고 사람마다 끊이는 방법도 다 달라 어떤 사람은 꼬들꼬들하게 끊여야 맛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푹 익혀야 제맛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또 파, 계란, 떡, 만두, 김치, 치즈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자신만의 라면을 먹기도 해 나만의 스타일로 즐기는 것도 우리나라 라면 문화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2.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라면은?
* 품명 / 제조사 / 2023년 기준 / 연간 매출액
10위. 팔도 비빔면(팔도 / 706억원)
9위. 삼양라면(삼양식품 / 713억원)
8위. 왕뚜껑(팔도 / 725억원)
7위. 너구리(농심 / 1,070억원)
6위. 안성탕면(농심 / 1,183억원)
5위. 육개장(농심 / 1,259억원)
4위. 불닭볶음면(삼양식품 / 1,472억원)
3위. 진라면(오뚜기 / 2,092억원)
10위. 짜파게티(농심 / 2,131억원)
10위. 신라면(농심 / 3,836억원)
2023년 기준 한국의 연간 라면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8.1% 성장한 2조 7,172억 원, 전체 생산액은 17.2% 증가한 2조 9,210억 원으로 시장 규모나 생산액 면에서 모두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4. 미래의 라면: 맛과 건강,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향하여
미래의 한국 라면 시장은 더욱 다양하고 혁신적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여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맞춤형 라면이 개발될 수도 있으며, 푸드테크 기술을 접목하여 더욱 간편하고 건강한 라면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친환경적인 생산 방식과 포장재를 사용한 라면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한 비건 라면이나, 미래 식량 자원을 활용한 혁신적인 라면도 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라면은 단순한 인스턴트 식품을 넘어 한국인의 삶과 함께해 온 문화의 일부입니다. 과거 배고픔을 달래주던 소박한 한 끼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다양한 맛과 형태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미래에는 더욱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식품으로 진화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 라면의 끊임없는 변화와 성장을 앞으로도 기대해 봅니다.